"TV에서 변정수, 변정민 자매 보면 남 같지 않아요" 손태영· 손혜임, 설수진·설수현, 박지영·박혜진, 채시라·채국희, 변정수·변정민….

이들의 공통점은 '자매'다. '미모'와 '유전자'는 타고나기 때문일까. 연예계와 방송계에 한 핏줄의 미녀 자매들의 활약이 눈부시다. 방송계에서 '자매파워'를 과시하며 주목받는 이들이 또 있다. 현재 자동차 전문 아나운서로 활약 중인 배수경씨(29)와 MBC 기상캐스터로 얼굴이 친숙한 배수연씨(27)가 그 주인공.


경남 창원이 고향인 이들은 각각 경남대 신문방송학과와 중문과 출신으로 같은 대학을 나와 같은 길을 걷고있는 촉망받는 방송인이다. 커다른 눈, 시원스런 미소, 정갈하고 상큼한 말솜씨까지… '언니동생'이라는 설명을 굳이 붙이지 않아도 빼닮았지만, 성격이나 취향, 좋아하는 음식, 심지어 남자보는 눈까지 다르다.

언니는 활발하고 적극적인데 반해, 동생은 차분하고 조용하다. 수경씨는 장동건을 이상형으로 꼽은 반면, 수연씨는 박명수 같은 스타일에 끌린단다. “아, 공통점이 있네요. 남자친구가 없다는 것이요.(웃음) 이 직업이 화려해보여서인지 다들 눈이 높을 거라고 생각해요.

아니면 당연히 있겠지 생각하더라구요. 하하!"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함께 살고 있는 이들은 각자 활동하는 시간대가 틀려 자주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없다. 동생이 자고 있으면 언니는 방송 하러 나가고, 동생이 들어올 땐 언니는 한창 꿈나라다. 하지만 주말에는 함께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쇼핑도 하면서 '애인처럼' 시간을 보낸다.
 


"각방을 쓰지 않고 한 방에 트윈침대를 놓고 써요. 화장품도 같이 쓰고 옷도 나눠입는데 발 사이즈가 달라서 구두는 같이 못 신어요. 서로 성격이나 스타일이 너무 달라 더 안 싸우고 잘 맞는 것 같아요. 가끔 청소나 설겆이 문제로 냉각기가 오긴 하지만요.(웃음)" 언니 수경씨는 학창시절부터 방송인을 꿈꿨다.

경남대 재학시절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방송 아카데미를 다녔고, KBS 리포터로 합격해 장밋빛 꿈을 안고 서울생활을 시작했다. 창원과 제주 등 지방 방송국 리포터로 현지 소식을 전하기도 했던 그는 기상캐스터로 잠깐 활약하기도 했다. 그러다 지금은 자동차 전문채널 'CAR TV'에서 자동차 전문 아나운서로 맹활약 중이다.

"이곳이 워낙 경쟁이 치열한 곳이잖아요. 그냥 색깔 없이 가는 것보다 한 가지 영역의 전문 방송인이 되자 싶었어요. 자동차 분야엔 여성 방송인이 거의 없더라구요. 희소성 있는 일을 해보자 싶었죠." 어릴 때부터 방송인의 꿈을 키워왔던 언니와 달리 동생 수연씨는 대학 졸업 후 방송 일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언니가 방송하는 것을 보고 자연스레 이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기상캐스터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 역시 언니의 적극적인 권유 때문이었다.

자동차 전문 아나운서로 활약 중인 배수경(언니)

"기상캐스터 길을 제가 권유했어요. 원서도 직접 써주고 면접 날 메이크업도 직접 해주면서 자연스럽게 해보라고 주문했죠. KTF 기상캐스터로 잘 나가던 동생을 한국으로 불러들여 MBC에 시험보라고 한 것도 저였구요.

"첫 시작은 언니의 권유였지만, 지금은 언니보다 유명한 방송인이 되었다. 일본 최대 민간 기상청의 웨더 자키로 8개월간 근무했던 그는 한국에서 기상 캐스터를 뽑는다는 소식을 듣고 일본에서 바로 날아오는 열정 끝에 당당히 합격했다. 입사 초기 귀여운 실수로 화제가 된 바 있는 수연씨는 현재 팬클럽 회원 수천명을 거느린 인기스타다. 웬만한 탤런트 부럽지 않다.

지금도 오락프로그램에 출연해달라는 섭외가 줄을 잇고 있다. 한때는 '섹션 TV 연예통신' 리포터로 톱스타들을 만나기도 했지만, 지금은 기상캐스터로의 본업에 충실하고 싶단다. "기상캐스터를 하다가 기획사와 계약을 맺고 다른 분야로 활동하는 선배님들이 많잖아요. 참으로 대단하다 생각이 들어요.

저의 경우 아직은 기상캐스터로 전문성을 좀 더 키우고 싶어요. 지금은 연기자로 훌륭하게 변신하신 김은혜 선배님의 날씨 진행 스타일을 좋아해요." 잘 나가는 동생을 보면 아무리 자매라도 부러운 마음이 들지 않을까. 언니 수경씨는 "제가 매니저고 키운 자식 같아서…"라며 씽긋 웃는다.

MBC 기상캐스터로 잘 알려진 배수연(동생)

다른 자매들에게도 그러하듯이 언니는 동생에게 냉철한 조언자가 된다. 언니는 동생의 방송을 빼먹지 않고 챙겨보고, 그때마다 꼬박꼬박 모니터를 해준다. "날씨가 안 맞는 날엔 동생이 너무 속상해 해요. 동생은 아침에 일어나서 가장 먼저 창문을 활짝 열고 날씨가 맞는지 안 맞는지를 확인해요.

가끔 얼굴이 울상이 되어 들어오기도 하는데 '너 왜 그래?' 하면 '항의 전화를 하도 많이 받아서'라고 하죠." 고향 창원에서 이들은 유명인사다. 방송에 한번 떴다 하면 본가로 수십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오늘 그 집 딸 예쁘더라"며 부모님들은 인사전화를 받기에 바쁘다.

모교인 경남대는 물론 창원에서 행사 제의가 많지 않냐고 묻자 "같은 창원 출신인 이준기, 강동원, 하하씨 그늘에 가려 연락이 잘 안 온다"며 너스레다. "저희 집이 딸 둘이에요. 자식들이 모두 서울에 와 있으니 걱정이 많으시죠. 여자 둘이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자취생이라 부모님이 몸에 좋은 건강즙을 자주 보내주세요."

수경씨는 뮤지컬 배우의 꿈을 갖고 있다. 춤 추고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해서 무대 위에서 다양한 끼를 발산하는 뮤지컬 배우에 대한 동경이 있다. 동생 수연씨는 전문 기상캐스터로 오랫동안 방송 일을 하는 게 꿈이다. 여러가지 진로를 두고 고민을 해봤지만, 기상 캐스터라는 직업의 소중함을 더욱 깨달은 요즘이다.

"방송에서 자매 이야기가 나오면 우리 얘기 같아서 채널을 고정하게 되더라구요. 자매이기 전에 같은 길을 가고 있는 동료이자 친구여서 그런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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