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린이'에 대한 과도한 사교육에 반대하며 조기교육 및 영재교육의 효과에 강한 의문을 표시한다. 이 점 또한 곡해를 낳을 수 있는데, 어린이와 입시생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입시를 보겠다는 '선택'을 했다면 그 후엔 공교육이고 사교육이고 나발이고 본인에게 도움이 되는 게 장땡이겠다. 나는 투표권을 행사하는 나이를 16세로 낮춰줘야 하고, 12세 이상은 '준 성인'이며 중학생 시기에 이 아이가 공부를 계속 할 것인지 기술을 배울 것이지가 거의 결정이 나야 한다고 믿는다.
공부는 미술, 음악처럼 타고난 재능이고 박터지게 공부하도록 선택된, 혹은 선택한 소수 외에는 인문학적 교양과 생계를 위한 직업 훈련이 주를 이뤄야한다고 본다. 그러므로 엘리트 교육을 목표로 하는 사교육에 부정적이지 않으나, 자신의 자녀가 '영재'일거라고 믿는 부모의 욕심들은 견제해야 된다고 본다.
나는 근 미래에 뉴미디어를 이용한 홈스쿨링과 사교육이 지식의 전수를 담당하며, 가정과 공교육이 개인의 품성함양과 사회화를 맡는 형태로 교육의 시스템이 획기적인 변화를 맞을 것이라 본다. (학원에서 박터지게 공부한 후 '짜증나, 학교나 가야겠다' 이렇게 될 거라는...) 너무나 감정적인 발언이라 사실 처음 밝히는데, 나는 우리나라의 모든 공교육을 폐기해 버려야한다는 과격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을 마음 속에 숨기고 있음을 고백한다."
신해철에 의하면 그는, 우리가 선입견을 갖고 있었던 것과는 별개로 실은 사교육 절대 반대론자가 아니라고 한다. "절대"라는 말은 그가 사용한 것인데, 그리고 어느 누구도 그에게 그런 식으로 비판을 한 것 같지는 않은데, 어쨌거나 그는 자신이 사교육 절대 비판론자는 아니라고 한다.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렇다고 자신이 사교육 예찬론자도 아니라고 한다. 사교육에 대한 그의 지론은 이런 것이다.
"내 생각에 사교육이란 자동차나 핸드폰 같은 것이다. 필요하면 쓰고 싫으면 안 쓰면 되는 선택의 여지가 있으나, 공교육은 음식 같은 것이다. 없으면 죽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짜증과 불만은 늘 공교육을 향했다."
한마디로 그는 사교육에 대해서 실용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의 진술은 정치권에서 많이 볼 수 있는 것인데, 자신을 실용 혹은 중도라고 위치지은 다음, 자신의 양 편의 반대자들을 극좌와 극우로 호칭으로서 상대적인 합리성을 담보하는 것이다. 여기서는 그것이 절대 반대론자와 예찬론자로 치환되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극좌와 극우가 적은 것처럼, 사교육에 대한 절대 반대론자나 예찬론자도 그리 흔하지는 않다.
가령, 그가 해명 글의 다른 부분에서 언급한 자식을 위해서라며 몰아세우는 부모 역시 사교육에 대한 예찬론자는 아니다. 그들이라고 좋아서 그러겠는가? "필요하면 쓰고"라는 사교육에 대한 신해철의 견해는 지나치게 소박하다. 그가 비판하는 현재 대한민국의 입시시스템에서 사교육이란 선택의 문제가, 당연히 아니다.
지난 1일 통계청의 2008년 사교육비 조사에 따르면, 경제상황 악화에도 불구하고 작년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 대비 5.0% 증가한 23만 3천원으로 나타났다. 이것도 선택에 의한 것인가? 그의 짜증과 불만은 사교육에도 향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가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것' 이라고 했다? 그렇다. 확실하게. 내가 이 문장을 배신하기 위해서는 사교육은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고 청소년을 노예로 만드는 절대적이며 무조건적인 악이라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과연 그러한가? 그래서 내가 광고에서 뭐라고 말했나? 학.습.목.표 를 확인하라. 바꿔 말하자면 무조건 요령도 없이 무턱대고 몰아세우지 말자.
전자와 후자의 인용문을 연결한다면, 그가 공교육을 비판하는 이유는 학교가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는 것"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학원은 어떤가? 내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학원 역시 미래에 대해 확실한 목표나 꿈 없이 입시노동을 강요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차이가 있다면, 학원에서 행하는 강요는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는 데에 있다. 학습목표라는 문구를 광고 문안에 포함시켰다고 해서 그 본질이 변하는 것은 아니다. 입시학원에서 최대의 수익을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란 뻔하지 않은가? 입시노동을 비판 해온 그가..
입시노동의 원인이 사교육인가? 0교시 수업에 보충수업에 타율학습을 강요하는 학교는? 자식을 위해서라며 몰아세우는 부모는? 학력만능의 사회 분위기는?
입시노동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신해철이 나열한 것, 사교육, 그리고 추상적인 차원에서의 사회구조, 이 모든 것이 포함된다. 그러나 그는 "입시노동의 원인이 사교육인가"라고 물었다. 누군가 "예"라고 대답하면 곧바로 "학교는? 부모는? 사회는?"하고 몰아세우기 위해, 그리고 누군가 "아니다"라고 대답하면, "그것 봐라, 아니지 않느냐"고 큰소리치기 위해. 그의 우문과는 별개로 사교육 역시 많든 적든 입시노동의 원인 중 하나이다.
그리고 사교육의 문제는 그 시장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삼성, 현대차, 에스케이를 비롯하여 대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더 중요해지고 있다. 즉, 예전에는 사교육시장이 사회나 공교육의 실책에 의해서 파생되었다면, 이제는 학원기업들이 직접 사교육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 이제 그에게 되물어보자. 입시노동은 사교육과 무관한가? 누구 말마따나, 사교육이란 일정부분 학부모나 학생의 “공포와 불안감을 이용하는 장사”임에는 틀림없다. 그렇기 때문에 의식 있는 사람이라면 그런 것과 될 수록 관련을 갖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의식 있는 뮤지션이라고 평가되는 신해철은 그런 광고에 얼굴을 빌려주는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그에게 실망한 것은, 그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