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말로 먼저 하자면 우리나라도 인권의 중요성을 심각하게 깨닫고 있는 단계인 같습니다. 물론 인권의 중요성에 대한 논의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요즘 또다시 이런 생각이 듭니다.
지금 인터넷 검색순위 1위가 여중생 구타사건입니다. 이 사건을 소개하는 앵커의 멘트 중 "얼굴과 신상명세가 노출돼서 2차 피해가 발생했다."라는 말도 있더군요. 물론 어린 나이에 다투기도 싸우기도 하면서 자라는 거지만, 이번 여중생 구타사건은 언론에 공개된 걸 떠나서 어린아이들의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학교 내 폭력사건은 이전에도 많이 문제가 됐었지만, 그때는 그냥 기사로만 접해서 그런지 답답한 정도가 지금처럼 심하진 않았는데, 동영상이 함께 나온 기사를 보니 화가 납니다. 격투기 선수처럼 연신 얼굴에 킥을 쏘아대는 가해학생. 옆에서 촬영하는 학생.
더 황당한 건 이 동영상뿐이 아닙니다. 바로 가해학생과 동영상촬영학생, 그리고 학교의 인터뷰였어요. 가해학생이 너무 화가나 있는 상태여서 말리면 자신이 맞을 거 같아서 그냥 가만히 있을 수 밖에 없었다는 학생이 동영상 촬영은 어떻게 했는지..
"이미 화해했는데 왜들 이러시죠."라는 반성과 죄의식이 없어 보이는 가해학생의 한 마디가 더 황당하게 다가옵니다. 가해학생 말대로 피해학생은 정말 괜찮을까요. 말 한 마디의 화해로 피해학생의 정신적 충격까지 지워졌을까요. 또한 자신이 맞고 있는 동영상유포에 대해 가볍게 넘겨질까요. 어쩌지요? 자신이 맞고 있는 동영상이 전세계에 유포됐는데..
이런데도 피해학생에게 구타는 그냥 중학생 때의 안 좋은 추억 정도로 치부하는 학부모태도, 주위 어른들이 태도 등등..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해학생에게 3일의 교내봉사처벌로 이미 마무리 된 일인데 다시 문제가 불거져 곤란하다는 학교의 태도.
맞은 것도 모자라 동영상 유포사건으로 또 한 번의 상처를 받을 피해학생이 안타깝고, 안쓰럽습니다. 아무쪼록 이번 기회에 다시는 이런 폭력이 용인되지 않고 또한 일어나서는 안 됐으면 하는 마음이고, 아무쪼록 일이 잘 해결돼서 피해학생이 하루빨리 일상생활에 적응했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합니다.
답답한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