탤런트 장자연씨 자살 배경에 언론계 유력인사, 기획사 대표, 드라마 감독이나 PD 등 10여 명의 술·성접대 대상자가 포함됐다고 폭로한 KBS가 집중적으로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KBS 관계자는 15일 밤 인터뷰에서 "문제될 만큼 깊이 언급된 인사와 아무 생각없이 단순히 언급된 인사들이 나온다"며 "방송사 PD를 포함해 언론계 인사의 경우도 비중있게 언급된 사람과 사소한 일로 언급된 사람들이 혼재돼있다"고 밝혔다.

KBS "장자연 리스트, 유력인사·방송사 드라마PD·감독 등 10여 명"

▲ 15일 방영된 KBS <뉴스9>

그는 문건을 공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자문변호사의 자문을 거쳤고, 문건에 범죄사실이 적시돼있는 상황에서 그냥 알고도 가만히 지나칠 수 없다는 의견이 많아 공개하게 됐다"고 밝혔다.

KBS는 15일 <뉴스9> 톱뉴스 '장자연 문건…파문 확산'에서 "고 장자연씨가 남긴 문건에 접대 대상자들의 실명이 거론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경찰이 문건에 거론된 인사들을 대상으로 사실 확인에 착수했다"며 "문건에 실명이 거론된 사람들은 언론계 유력인사, 기획사 대표, 드라마 감독이나 PD 등 10명 안팎"이라고 보도했다.

▲ 15일 방영된 KBS <뉴스9>

KBS는 "상당수는 이름 석 자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사회지도층인사"이며 "문건에서 거론된 인사들은 취재진의 확인에 장씨와의 관계를 강하게 부인하면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전하면서 문건에 거론된 인사의 목소리를 내보냈다.

-○○기획사 대표(음성변조): "오래 전에 밥 한끼 먹은 것 같은데 당황스럽네요. 거기서 밥을 먹으니까 자기 수습 배우니까 인사를 시키나 그런 정도, 그렇게 생각을 했어요" (KBS 홈페이지 인터넷 기사의 자막 "생일 때 김성훈씨가 집에 불러서 저녁을 먹은 거에요. 그런 와중에 장자연씨를 인사시킨 거예요") -○○○피디:"어디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모르겠는데 절대 없습니다."

"당사자들 '그런 얘기 어디서 나왔나, 절대 없다. 밥 한끼 먹은 것같은데 당황스럽다'"

KBS는 "하지만 경찰은 문건에서 범죄혐의가 발견돼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라며 "이 과정에서 문건에 거론된 인사들에 대한 줄소환조사도 불가피하다는 얘기"라고 전망했다. KBS는 오지용 분당경찰서 형사과장의 말을 빌어 "몇 명의 실명이 공개돼있지만 사실관계 확인 이전이므로 현재는 말씀드릴 수 없다. 공익 여부를 판단해 차후에 결정하겠다"고 전했다.

KBS는 이밖에도 두번째 리포트 '또다른 문건 있나'에서 유씨와 소속사 관계자 3∼4명이 경찰 조사에서 KBS에 공개된 문건에 대해 "자신들이 본 건 이게 아니다"라고 말해 "이미 내용이 공개된 문건 말고도 다른 문건이 있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 15일 방영된 KBS <뉴스9> 장자연 문건(접대 리스트)

KBS는 "KBS가 경찰에 제출한 문건에 장씨가 휴대전화에 소속사 대표로부터 협박당했다는 등의 내용을 녹음해놨다는 대목이 있는 점이 주목된다"며 "경찰 안팎에서는 장씨가 피해입은 사실이 녹취록으로 남겨져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어 이 녹취록이 제 3의 문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KBS는 이를 포함해 경찰의 수사속보 등 이날 모두 4건의 보도를 쏟아냈다.

KBS '장자연 술·성접대 문건∼접대 리스트'까지 3일 간 잇단 보도

앞서 KBS는 지난 13일 <뉴스9> '장자연 자필문건 충격'을 통해 장씨가 "접대해야 할 상대에게 잠자리를 강요받아야 했다"는 충격적인 고백도 털어놨다"는 문건(불에 타다 만 문건) 첫 보도를 한 뒤 다음날(14일)엔 <뉴스9> 세번째 리포트 '장자연 의혹 증폭'에서 "KBS가 추가로 입수한 문건(별도의 문건)에는 유력 인사들의 이름 등 새로운 내용이 들어있다"며 유력인사 접대 사실을 폭로했다.

▲ 지난 14일 방영된 KBS <뉴스9> '장자연 의혹 증폭'. 이 문건엔 장씨로부터 접대를 받은 언론계인사, 방송사 PD 등의 명단이 들어있다.

KBS는 문건에 "언론계 유력 인사와의 '접대에 불러서', '술접대를 시켰다' 등 구체적인 내용이 포함돼 있다. 기획사와 방송계 인사도 거론하며 자신이 아닌 다른 배우도 매번 접대를 위해 불려나갔다고 고백하고 있다"며 "문건 첫 부분은 모두 '배우 장자연의 피해 사례'로 시작하고 마지막은 날짜와 주민번호, 서명과 지장으로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3일 간 이 문건을 집중 보도한 KBS의 한 관계자는 15일 밤 취재배경에 대해 "장씨 자살 이후 보도국 사회팀 내부에서 '장씨 자살의 배경에 대해 계속 붙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져나왔고, 일부 간부들도 '사안이 커질 수 있으니 더 알아보자'고 해서 취재하게 됐다"며 "장씨가 자살을 했지만 '무슨 문건이 있다' '뒤에 뭔가 있다'는 얘기들이 있었고, 그런 추측을 통해 나중에 문제가 커지고 나서 우리가 대응하는 것 보다 먼저 치고나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KBS 관계자 "'장씨 자살 의혹 계속 파야' 기자들 요구수용…기자들 취재 노력으로 문건 입수"

그는 "무엇보다 경찰이 '우울증'에 의한 자살로 결론을 냈다고 하면서 장씨의 소속사 대표를 조사한 것을 알게 돼 '이상하다'는 의문이 컸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제보를 통한 입수인지, 취재를 통한 확보인지'를 묻자 "취재력이 좋은 여러 기자들이 붙다가 얻게 된 것"이라며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우리만 입수했던 것같다. (범죄사실이 들어있고, 수사에 들어간 만큼) 문서와 내용에 대한 보안관리를엄하게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문건을 입수한 시기는 첫 보도를 하기 직전과 직후인 12∼13일이며 리스트 존재사실을 보도한 14일(토요일) <뉴스9> 보도를 전후로 경찰에 문건(4건)을 제출했다고 밝혔다.

"문건엔 비중있게 언급된 인사·단순히 언급된 인사 혼재돼. 일간지 주요인사·방송사 PD 등 포함"

KBS가 고인의 죽음을 또다시 보도해 장씨를 두번 죽이는 것 아니냐는 일부 누리꾼 등의 시각에 대해 그는 "변호사의 자문을 충분히 거쳤으며, 문서에 '범죄사실이 적시돼있다는 걸 알고서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는 판단에 따라 보도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언급될 인사들의 면면과 관련해 그는 "문제될 만큼 깊이 언급된 인사와 아무 생각없이 단순히 언급된 인사들이 나온다"며 "방송사 PD를 포함해 언론계 인사의 경우도 비중있게 언급된 사람과 사소한 일로 언급된 사람들이 혼재돼있다"고 밝혔다. 한편, 장자연 리스트엔 유력 일간지 주요 인사와 지상파 방송사 PD들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향후 언론계에 회오리를 몰고 올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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