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피사(Pisa)"의, 기적의 광장(Piazza dei Miracoli)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뜸한 곳은 '룩한 뜰'란 뜻의 캄포 산토. 십자군전쟁 때 예루살렘의 골고다 언덕에서 가져온 흙을 이곳에 깔았다고 한다.
이곳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14세기 초반에 그려진 벽화 '음의 승리'.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으로 크게 훼손됐지만, 사냥에서 돌아오는 화려한 옷차림의 남녀와 기사들을 짓밟으려 하는 죽음, 구원받은 자들을 천국으로 인도하는 천사, 죄지은 자들을 불 속에 던지는 악마가 어렴풋이 보인다. 이 벽화는 심판의 날을 두려워하면서 신의 자비를 구하는 인간을 노래한 중세성가 '노의 날' 형상화한 듯하다.
1838년부터 1839년에 걸쳐 이탈리아를 순례하던 리스트는 이 벽화에 영감을 받아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로 그린 ‘벽화’를 구상한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죽음의 춤’(Totentanz). 이 곡은 '노의 날' 선율을 주제로 한 변주곡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죽음과 투쟁하는 삶을 오케스트라와 피아노를 대비시켜 묘사한 듯하다. (죽음의 춤)
Matt Dunkley / Totentanz (죽음의 춤) Maksim

The Essential Maksim, 20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