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19·단국대)이 자유형 1500m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박태환은 15일 수영 남자 자유형 1500m 3조 예선에 출전해 자신의 기록(14분55초03)에 무려 10초52가 뒤지는 15분05초55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조 4위로 레이스를 마감한 박태환은 예선에 참가한 전체 38명 가운데 16위에 머물며 8명이 겨루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메달권 도전은 물론 결승진출마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은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나홀로 훈련'에서 대표팀에 합류한 게 지난 1월. 아무리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트레이닝방법으로 집중 훈련을 소화했다고 해도 약 7개월간의 짧은 훈련으로 최장거리인 자유형 1500m를 넘본다는 것은 애초에 무리였다. 박태환의 자유형 1500m 예선 탈락의 원인을 집중 조명해 본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결과
노민상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이 태릉선수촌에 합류한 뒤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올림픽까지 남은 7개월의 짧은 훈련 기간을 놓고 자유형 세종목(200m·400m·1500m)을 모두 욕심내기는 무리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자유형 선수는 대략 세가지 유형으로 나뉘는 게 일반적이다. 50m·100m·200m를 뛰는 스프린트 선수, 400m를 기점으로 200m와 1500m를 각각 선택하는 중거리선수와 장거리선수가 있다.
그러나 박태환은 별종(?)이다. 지구력과 스피드를 동시에 갖춰 일반적인 자유형 선수의 유형에서 벗어나 자유형 200m·400m·1500m를 모두 함께 뛰는 독특한 스타일을 지녔다.충분한 시간과 훈련만 뒷받침되면 세 종목의 경기력을 함께 끌어올릴 수 있었겠지만 7개월의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노 감독은 그래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금메달 가능성이 가장 높은 자유형 400m에 무게중심을 둔 뒤 1500m를 사실상 포기하고 200m를 선택해 각각 금,은메달을 따내는 성과를 거뒀다.당초 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자유형 1500m 출전 포기를 심각하게 고려하기도 했지만 박태환 스스로가 뛰겠다는 의사를 강력히 내비치는 바람에 출전을 결정했다.노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훈련 기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면서 예선탈락을 담담하게 받아 들였다.
◇자유형 1500m는 꾸준한 땀과 실전 레이스 감각이 생명
야외수영을 제외하면 자유형 1500m는 수영에서 최장거리 종목이다.지구력은 단 시간에 끌어올리기 힘들다.인내심을 가지고 꾸준하게 체력을 다지고 묵묵히 땀을 흘려야 향상되는 운동능력이다.
또 다른 원인도 있다.바로 레이스 감각의 둔화다.50m 풀을 30번이나 왕복하는 자유형 1500m는 수영 최장거리인 만큼 상대를 뒤흔들 수 있는 페이스 조절 능력이 생명이다.
박태환은 지난해 8월 프레올림픽에 출전한 뒤 꼭 1년 동안 자유형 1500m 경기에 나서지 않았다.실전 감각이 무뎌질대로 무뎌졌다.상대를 뒤흔드는 전략의 바탕이 되는 실전 감각이 떨어지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다.
박태환도 경기 뒤 이 점을 솔직히 인정했다."최선을 다했지만 초반 레이스에서 선두권에서 처져버려 답답한 점이 많은 레이스였다"며 실전 감각의 둔화를 시인했다.또 박태환은 "변명일 수도 있는데 감기 기운이 조금 있었고 200m에서 은메달을 딴 뒤 조금 심해졌다.
국민 여러분께 웃음을 선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서 죄송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