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1박2일을 보고 또 한번 논란에 불씨가 당겨질 것 같다. 방송 전부터 야구 팬들의 반발을 불러왔던 1박 2일' '사직 구장에 가다' 편이 28일 예정대로 방송되면서 다시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방송에서는 부산 사직구장에서 '1박 2일' 멤버들이 롯데와 두산의 야구를 응원하는 모습이 방송됐다.
시청자들이 제기한 논란의 초점이 된 부분은 '1박 2일' 제작진이 의도적인 편집으로 멤버들이 경기에 방해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는 것. 특히 자막 편집에서 멤버들이 관중석으로 들어설 때 "최대한 이동에 문제 없게" 라는 자막이 나갔으며, 멤버들을 보고 환호하는 관객들을 가리키며 "자기 구역을 지키며 응원하는 사람들"이란 자막이 송출됐다.
특히 문제시됐던 클리닝 타임에서 제작진은 '무조건'을 외치는 관객들의 모습을 조명했다. '1박 2일' 제작진으로서는 그 동안 쏟아진 비난에 대해 충실한 해명을 한 셈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방송에서 제작진의 사과가 언급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시청자 게시판에 "좋아하는사람들만 찍고 앞·뒤 짜맞춰놓으면 염라대왕도 속는 게 편집이다", "편집의 힘이란 걸 느낀다"라는 등의 글을 올리고 있다.
경호원으로 야구장 주변 길을 다 막아놓은 등의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다는 불만도 눈에 띄었다. 또한 지정석이라고 하는데 빈자리가 너무 많이 비어 있었다는데 있다. 방송사 측이 지나치가 자리를 많이 예약한 것은 아닌지. 또한 그게 진실이든 진실이 아니든 화면에 보이는 모습은 보기가 좀 불편했다.
그리고 내용을 보니 뭐 특별한 레퍼토리도 없었다. 그렇게 논란의 중심이 되면서까지 야구장을 찾은 이유가 궁금했다. "야생은 어디 어딨어" 라며 '1박 2일' 초반의 초심으로 돌아갈 것을 종용하는 시청자도 있었고 "오늘 방송 정말 재미도 있었고 감동도 있었다"며 지나치게 '1박 2일'을 몰아갈 것을 자제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한편 나영석PD가 27일 서울 상암동 DMC ‘누리꿈스퀘어’에서 열린 1회 대한민국 콘텐츠페어의 한 행사인 컬쳐토크에 나와 "1박2일 팀원 교체"를 언급했다. 출연자들이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할 때 어떤 면이 달라지고, 더 좋아질까 하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기 시작하면 밑도 끝도 없다. 지금 여섯 멤버들은 가상의 형제처럼 여기고 지낸다. 누굴 빼고 누굴 넣고 하는 일은 우선 이 친구들(멤버)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만약 캐릭터가 교체된다면 이 친구들과 협의해야 할 사안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나 PD는 요즘 예측불가능성이 생명인 '1박2일'이 예상 가능한 프로그램이 되어가는 것 같다는 질문에는 "요즘 그런 얘기를 듣는다. 큰 포맷 변경은 생각하고 있지는 않지만 새로운 시도는 필요하다고 보고 몇가지 카드를 준비 중이다"면서 "몇가지 형식의 변화, 버라이어티의 스핀오프 등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1박2일'만의 차별화 요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착한 프로그램이 아닌가 한다. 나는 촌스럽더라도 선한 것이 좋다. 쿨함이 대세라지만 착한 분위기는 놓치고 싶지 않다"고 대답했다.
나 PD는 제작진의 캐릭터 간여에 대해서도 밝혔다. 나 PD는 "출연자들의 성격이 어떤지는 나도 몰랐다. 물론 100% 리얼은 아니지만 절대 캐릭터를 만들지 않는다. 있던 캐릭터를 시청자나 출연자, 제작진이 발견하는 것이다. 허당은 김C가 발견한 것이다. 은초딩과 허당 캐릭터는 모두 프로그램이 시작되고 3~4개월이 지나서 나온 것들이다"고 설명했다.
나 PD는 "허당 이승기의 실제 성격도 그렇다. 허술하다. 물론 당사자들은 별명을 얻는 순간부터 이를 의식할 것이다. 시청자의 반응을 보고 좋아하면서 더욱 신경을 쓸 것이다. 하지만 자신 안에 그럼 모습이 있어야 한다. 은지원도 굉장히 초딩스럽다. 연기로만은 안된다. 만약 된다면 오스카상을 노려야 한다"고 말했다.
나 PD는 또 충주대 게릴라 콘서트는 누구 아이디어였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100% 리얼이었다. 무전여행 컨셉으로 목적지를 문경으로 그냥 던져준거다. 만약 미리 짰다면 목적지는 충주였을 거고, 음악으로 사람들을 한번 웃겨봐라는 미션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멤버들이 즉석에서 낸 아이디어였고, 그래서 충주대 방송반의 사정이 열악한 것도 모르고 들어갔다. 다행히 방송반 학생들이 라인 연결 등을 잘 대처해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나 PD는 리얼 버라이어티가 왜 재미있냐는 질문에 "음악, 토크 등 하나만 하면 재미가 없다. 단일 예능의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해 나온 것이다. '1박2일'도 내가 대학 시절 여행 갔을 때를 생각한다. 그 때의 예측불가능성, 돌발성이 리얼 버라이어티의 묘미가 아니겠느냐. '1박2일' 출장 한번 갈 때마다 300여개의 테이프 분량을 찍는데 테이프를 낭비하는 게 아니다. 뭐가 걸릴 지 PD조차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답했다.
미국의 리얼리티 쇼는 주로 일반인들이 나오는 데 우리는 왜 연예인들이 리얼리티 쇼에 나오는지에 대해서는 "강호동을 투입하면 바로 진행이 가능하지만 일반인을 투입하면 그 사람, 예를 들면 성장과정 등을 설명하는 데만 2달이 걸린다. 또 우리 시청자들은 일반인 출연자들에 대한 몰입도도 크지 않는 것 같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나 PD는 "'1박2일'을 연출하며 남극을 꼭 가보고 싶은데 최소 보름간이 걸리는 일정이라 일정이 짜여있는 멤버들이 무리일 것 같다"는 말을 들려주었고 리얼 버라이어티의 종착역은 어디일까에 대한 질문에는 "독한 설정만으로는 안갈 것이며, 그렇게 되면 시청자들이 먼저 질릴 것이다. 인간적인 매력이 담겨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초심을 잃지말고 해 줬으면 한다.
야생을 잃으면 1박2일의 존재가치도 없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