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웨딩 버라이어티 MBC '우리 결혼했어요가 가상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6개월 동안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인지도를 올린 속도만큼이나 식상함도 빨리 찾아왔다. 새로운 커플들로 분위기를 바꾸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요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제작진에게 찾아온 고민은 이제 커플들의 헤어짐이다.

물론 제작진은 누가 빠지고 누가 새로 투입될지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솔로 활동에 돌입한 솔비-앤디가 빠지고, 새 멤버로 환희-화요비 커플이 들어온다는 사실은 이미 알려졌다. 나머지 세 커플의 행보는 불확실하다. 제작진은 아예 네 커플에게 '이별여행'을 가게 해 서로의 심정을 확인하고 있다.

우결'에서 이별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비록 가상이고 예능물이라고 하지만 결혼해서 남녀가 함께 사는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음반 활동 때문에 그만둔다"는 설명만으로 커플의 이별을 설명하기에는 뭔가 부족하다.

헤어짐이 만남보다 더 중요한 이유다. 헤어지는 상황을 잘 처리하지 못하면 서로 노력해서 갈등과 문제를 극복하지 않고(또는 못하고) 헤어지는 것으로 마무리했다는 결과만 강하게 전달된다. 그렇게 된다면 '우리 결혼했어요'로 출발한 커플이 '우리 이혼했어요'로 결론지어졌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우결'에서 커플을 교체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서로 안 맞을 경우와 캐릭터의 재미가 떨어질 때다. 전성호 PD가 밝혔듯이, 정형돈-사오리 커플의 하차 이유는 서로 성격이 안 맞았기 때문이다.

이들이 계속 출연하려면 모든 상황을 연기로 극복해야 하는데 그건 리얼리티를 표방하는 방송 의도와 맞지 않는다. 이 경우는 하차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이들 커플에 거의 감정이입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라운제이-서인영, 알렉스-신애, 김현중-황보 커플의 경우는 사정이 달라진다. 시청자들이 잘 어울린다고 감정이입이 된 상태여서 헤어질 때는 그럴 만한 상황이 그려져야 한다.




초반 알렉스의 연이은 이벤트로 가장 먼저 최고의 커플에 올랐던 알렉스-신애 커플은 알렉스의 음반 활동으로 헤어졌다가 재회했다. 하지만 별로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알렉스가 선보였던 로맨틱 이벤트가 식상해진 면도 있지만 이들의 헤어짐과 재회가 감정적으로 매끄럽게 수용이 되지 않은 탓도 있다.

지금 '우결'의 인기 커플은 크라운제이-서인영의 '개미커플'과 김현중-황보의 '쌍추커플'이다. 전 PD는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은 원래 특집용이었다"고 말했다. 보통 커플들은 만난 지 2~3개월은 지나야 싸우게 되는데 이들은 주장이 너무 강해 처음부터 싸웠다. 이런 상황들이 특이하고 신선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은 다투고 나면 항상 크라운제이가 먼저 잘못했다고 사과했다. 서인영의 '악녀' 콘셉트를 받쳐주기 위해서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이별여행'에서 크라운제이가 "왜 나만 번번이 잘못했다고 해야 하느냐"는 불만을 표출했고, 이 틈을 타 서인영은 "언젠가는 누구나 다 이별해. 잘됐네"라고 애써 '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쯤 되면 이별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현중-황보 커플은 나이 차이도 많이 나고 김현중이 별로 말을 하지 않아 처음에는 왠지 어색했지만 '우결'에서 최고의 커플로 자리 잡았다. 가식적이고 느끼한 이벤트와 코멘트가 아닌, '잠자리를 무서워할 정도로' 솔직하고 엉뚱한 김현중과 김현중의 엉뚱함이 잘 발휘될 수 있도록 마당을 깔아주는 황보의 재치가 더해져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별여행'을 본 많은 시청자는 헤어진다면 가장 아쉬운 커플로 이제 정들기 시작한 '쌍추커플'을 지목하고 있다.

만날 때는 쉽게 만났지만 헤어질 때는 쉽게 헤어질 수 없도록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헤어진다면 헤어질 수밖에 없는 그들의 사정이 시청자에게도 전달되는 게 가상 커플을 사랑해준 시청자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10대의 자녀를 둔 엄마라는 한 시청자는 "'우리 결혼했어요'가 이별을 소홀히 처리한다면 어린 시청자들이 자칫 결혼을 그저 오락거리 정도로 여기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 결혼해서 살다가 문제가 생기면 헤어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진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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