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민, 장미희, 손예진, 왕비호 등 '독설'이 대세
더 신랄하게, 더 적나라하게, 더 노골적으로, 영화,드라마, 코미디등 독설화법 인기. 극단적 비유 넘나들어

영화,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독설을 쏟아내는 ‘독한 캐릭터’가 인기다. 이들은 상황을 극단적으로 표현하고 숨겨진 속내를 낱낱이 까발리는 화법을 구사하며 시청자와 관객에게 쾌감을 안겨주고 있다. 이들은 때로는 근엄한 표정(김명민)으로, 때로는 우아한 억양(장미희)으로, 때로는 예쁘고 순진한 얼굴(손예진)을 하고 입에 칼을 문 듯 상대 인물의 가슴에 비수를 꽂아 넣는다. 코미디 프로에서는 ‘독설’을 콘셉트로 한 개그, 일명 ‘독설개그’로 유행을 포착했다.

'독설화법'으로 첫 손에 꼽힐 만한 캐릭터는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김명민 분)다. 그의 독설은 '똥덩어리' '이 안에 똥 있다'로 절정을 이뤘다. 강마에는 주눅 들어 살던 주부 정희연(송옥숙 분)이 모처럼 자신의 전공이었던 첼로를 들고 오케스트라에 참여했지만 지휘를 따라오지 못하자 "아줌마 같은 사람들은 세상에서 뭐라고 그러는 줄 알아요? 구제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난 그 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똥. 덩. 어. 리."라며 모욕한다.

김명민이 클래식의 근엄함 뒤로 숨었던 공격성을 끄집어냈다면 KBS 드라마 '엄마는 뿔났다'의 장미희는 교양 있는 중산층 '사모님'의 속물근성을 독설로 뽑아냈다. 그녀의 독설은 "돌았어요? 미쳤어요? 약 먹었어요? 망령이 날려면 곱게 나요"라는 직설적인 타박과 "네 아빠 오토바이 타는 꼴 보느니 오토바이와 함께 불꽃으로 사라지겠어" "배반감이 뭉게구름이구나"라는 극단적인 비유를 넘나들었다.

개봉을 앞둔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에서는 손예진이 '요조숙녀'의 조신하고 청순한 얼굴로 연애와 결혼에 대한 욕망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극중 '일처다부'를 꿈꾸는 자유연애주의자로 등장하는 손예진은 침실에서 "자긴 최고의 성적 판타지가 뭐야?"라고 묻거나 몸에 트렌치코트 하나만 달랑 걸친 채 "끝내줘. 빨가벗고 비맞는 기분이야"라고 즐거워하고, 남편에게는 "내가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남편만 하나 더 갖겠다는건데…"라며 뻔뻔하게 고백한다.

'개그콘서트'의 '봉숭아학당' 왕비호(윤형빈 분)나 '독한 놈들' 코너는 독설을 콘셉트로 한 개그를 선보이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독설화법'은 진지하고 엄숙한 것을 비틀고 위선과 가식을 벗겨내는 통쾌함을 준다. 또 독설 뒤에 감춰진 캐릭터의 여린 마음이나 인간적인 면모를 더욱 부각시키는 극적 장치로도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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