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우리는 한 명의 요정을 잃었습니다. 그녀의 죽음이 그녀가 유명인이기 때문에 더 슬픈 것은 아니지만, 그녀가 대중들의 사랑을 받던 스타였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 충격을 던지는 것은 분명합니다.

그녀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라면, 오죽하면 그랬을까 하는 안타까움이 앞서지만 우리는 그녀의 영혼에게 묻고 싶습니다. 남겨질 두 아이와 가족들의 비통함을 생각해 보고서도 그럴 마음이 들더냐고. 슬픔은 언제나 남겨진 자들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이 천 명이면 천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것이고, 만 명이라면 만 가지의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그녀가 최근 안재환과 관련된 루머 때문에 많이 괴로웠을 것이라는 것은 짐작하지만, 극단의 결심을 하게 된 정확한 사유를 알지 못합니다. 다만,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으면 그랬을까 하고 추측할 수 있을 따름이지요.

곤궁한 성장기를 보냈지만 일찍 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녀는 명실공히 한 시대를 풍미한 만인의 연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데뷔 초기 그녀의 청순하고 요정같던 모습은 지금도 우리의 머릿속에 살아 있지 않나요.

CF 속에서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에요~"를 외치던 그녀의 해맑은 미소를 어찌 잊을 수 있을까요. 아름다운 꽃은 내가 꼭 그 꽃의 주인이 아니어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즐겁고 행복한 것이었지요. 그녀는 그때 내것은 아니었지만 우리 모두의 꽃이고 연인이었으니까요.

결혼 후 많은 곡절을 겪고서도 그녀는 꿋꿋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나 녹슬지 않은 연기와 변함없는 모습을 보여주었지요. 시련을 겪어본 사람은 한층 더 깊어지고 단단해지는 법이라는 걸 증명해 주었지요. 다시 대중 앞에 선 그녀의 얼굴에서 우리는 초췌함보다는 오히려 나이에 어울리는 성숙함과 강인함을 발견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요정은 나이를 먹지 않아서 요정인 것이 아니라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주기 때문에 요정임을 우리가 믿는다면, 그녀는 나이를 먹어가면서도 단아한 아름다움을 잃지 않은 요정 같은 여자였습니다.

무엇이 그 단아하고 야무지고 단단해 보이던 그녀를 극단으로 내몰았을까요? 일부 천박한 자들이 퍼뜨린 근거없는 오해와 소문 때문이었을까요? 어쩌면 별 생각없이 연예인들과 관련된 것이라면 습관처럼 호기심을 갖고 말을 옮기는 우리 모두의 책임인지도 모릅니다.

원인이 무엇이든 시위 떠난 화살처럼 그녀의 행동을 되돌릴 수 없는 지금 그런 것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으리라. 그러나 만일 누구라도 그녀가 죽음에 이르게 된 데에 실질적으로 일말의 가책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이런 비극은 최진실을 마지막으로 끝나야 할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우리시대의 사랑스러운 요정 하나를 잃었습니다. 가족을 잃은 슬픔도 세월이 가면 옅어지듯이, 우리도 대중의 사랑을 받던 그녀를 잃은 오늘의 안타까움을 서서히 잊어가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래오래 기억하기로 하지요. 한 시절 사랑스러운 그녀가 우리 옆에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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