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에게 충격을 던져준 탤런트 최진실씨 자살 사건의 불똥이 바야흐로 정치권으로 튀고 있다. 한나라당이 최씨의 자살 원인을 이른바 '악플'(인터넷 악성 댓글)로 규정하고, 사이버 모욕죄 신설과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
반면 민주당은 여권이 이번 사건을 빌미로 '인터넷 통제'에 나서고 있다며 반박하고 나서, 이번 정기국회 내내 정면 충돌이 예상된다. 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3일 "사이버 모욕죄와 인터넷 실명제가 도입되지 않는다면 인터넷 악플에 따른 폐해가 계속될 것"이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진실법'이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원내대표는 또 "인터넷 악플은 가장 비겁한 집단들이나 하는 짓"이라며 "헌법이나 법률상으로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고 잘라말했다. 제6정조위원장을 맡고 있는 나경원 의원도 이날 기자 간담회를 갖고, 인터넷 게시물 등으로 피해를 당한 사람이 삭제를 요청할 경우 사업자가 24시간 안에 반드시 처리하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여권은 또 이르면 다음달부터 '일일 접속 10만 건'이 넘는 모든 인터넷 사이트로 '본인 확인제'를 확대할 방침이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추진중인 이같은 관련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포털 16곳 등 37곳에 적용되고 있는 '본인 확인제'는 178곳으로 범위가 대폭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인터넷 정화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여권의 이같은 기류에 깔린 본질을 '인터넷 통제'와 '표현 자유의 억압'이라고 보고 반발하고 있다. 최재성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이 고인인 최씨를 팔아 정권의 통제를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나라당이 '최진실법'이라고 명명하며 여론몰이에 나섰지만, 그 면면을 살펴보면 인터넷 여론에 대한 '삼청교육대법'이라는 것. 민주당은 특히 현행 형법으로도 사이버 공간의 부작용을 충분히 차단할 수 있다며, 한나라당의 '숨은 저의'에 의혹 섞인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자유선진당 역시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사이버 모욕죄'나 '인터넷 실명제' 도입에 부정적 견해를 나타냈다. 박선영 대변인은 "현행 형법을 놔두고 사이버모욕죄를 또 도입하는 것은 법치주의 원칙으로 볼 때 바람직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출범초 촛불 정국에서 이른바 '넷심'의 강력한 저항에 직면했던 여권으로서는 이번 최진실씨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공간에 대한 '전면 압박'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종부세 완화나 한미FTA 비준 같은 기존 이슈에 더해, 여권의 '인터넷 규제 드라이브' 또한 이번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가 될 개연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