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별에 관한 얘기를 소설로 썼던 적이 있다. 스무 살 무렵이었다. 소설가인 아버지를 부정하는 남자와 그 소설가의 책 내용을 우연인 듯 그 남자에게 이야기해주는 여자가 결국 서로 사랑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그때 여자가 이야기해주는 책 내용이 바로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에 관한 것이었다.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은 태양이다. 1억 5천만 킬로미터 떨어져 있다. 빛의 속도로 몇 분의 거리. 그리고 그다음 가까운 별이 사수자리-센타우르스-자리의 프록시마다. 사수자리는 3개의 별들이 모여 있는데(α Cen A, α Cen B와 Proxima) 그중에 하나가 태양을 제외하고 지구와 가장 가까운 별인 프록시마인 것이다.

프록시마는 지구와 41조 킬로미터 거리, 빛의 속도로 4.3광년 정도 떨어져 있다. 그것은 인간이 만든 우주선을 타고 갈 때 적어도 6만 년이 걸리는 거리이다. 물론 이 거리감으로 놀랄 필요는 없다. 은하철도 999에서 기차가 날아가는 안드로메다 은하는 지구와 230만 광년 떨어져 있다. 기관사를 다그쳐 아무리 빨리 달려간다해도 3억 2천만년 후에나 그 역에 닿는다.

현재 우주의 끝은 150억광년이고 지금 이 순간에도 아주 빠른 속도로 팽창하며 서로 멀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큰곰자리는 초당 1만5천 킬로미터 정도씩 지구로부터 멀어져간다. 더 먼 별인 히드라자리는 초당 6만 킬로미터의 속도로 멀어져간다. 먼 별일수록 더 빠르게, 그리고 멀어져갈 수록 그 멀어짐의 속도는 증가한다.  

밤하늘의 수많은 빛들. 볼 수는 있지만 갈 수 없는 별들이다. 손끝에 걸릴 듯하여도 내가 그곳으로 다가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내게서 멀어지고 있는 것. 볼 수 있지만 결코, 닿을 수 없다. 때로 어떤 별은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멀어져간다. 결코 그 별을 눈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수천억 년을 기다려도 거기서 출발한 빛은 지구로 다가오지 못한다.

밤하늘의 빛나는 별과 별 사이. 너무 멀어서 끝내 건너오지 못하는 먼 별들이 그곳에 가득하다. 내가 한평생 절대 시간 속을 헤치며 지구별에 살아가고 있을 때 안드로메다 성운의 사람들은 그런 나를 230만 년 후에나 보게 된다. 히드라자리별 사람들은 20억 년 뒤에 본다. 나는 비록 짧게 살다 가는 것이지만 내가 살아가는 모습은 20만 년 뒤, 20억 년 뒤, 150억 년 뒤, 그리고 상상할 수 없이 먼 시간 동안 우주 어딘가에 빛으로 남아있는 것.

놀랍지 않은가. 당신이 오늘 거리를 걷고 웃고 울던 모습은, 당신이 죽고 지구가 죽고 태양이 죽어 모든 것이 無로 환원되어 간 뒤에도 어딘가에서는 마치 오늘의 일처럼 생생히 보이게 된다. 아니 그들이 볼 때 당신은 살아 있는 것이다. 우리가 20억 년 전 별의 빛을 보고 그것이 현존함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영원을 믿는가. 물질계에서, 당신은 영원을 믿는가. 나는 믿는다. 아주 멀리 떠나가 버린 그대. 내게서 멀어질수록 더 멀리 떠내려가는 당신. 그러나 오늘도 내 마음속에서 여전히 선명하고 먼 별에서 보면 살아 있는 듯 환할 것. 그리고 바람, 눈물, 고통, 환의, 여름날의 폭우와 대상 없던 그리움, 아픔이면서 기쁨이던 많은 사람들. 그렇게 나를 스쳐 사라져 간 모든 것들이 이 우주의 시간 속에서 영원할 것을 믿는다. 나는 믿는다.

그리고 영원히 도달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멀어지는 이 물질계의 속도보다 영혼이 항상 조금 더 빠르다는 것.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넘어 간절히 원하면 가서 닿을 수 있으리라는 것.

그 사랑의 힘 또한 믿고 또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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