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현빈이 부산국제영화제 폐막작으로 선정된 영화 '나는 행복합니다'와 함께 부산을 찾았다. 지난 7월 타계한 이청준의 단편집 '소문의 벽' 중 '조만득' 씨를 각색한 '나는 행복합니다'는 과대망상증 환자 만수(현빈 분)와 아버지와 연인에게 버림받은 간호사 수경(이보영 분)이 행복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각색했고, '소름'과 '청연'의 윤종찬 감독이 연출은 맡았다.
다양한 장르와 작품을 개막작과 폐막작으로 선보여온 부산이 올해 선택한 '나는 행복합니다'는 부산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이는 만큼 관심은 뜨거웠고 회견장에는 수많은 취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9일 오후 부산 해운대 시네마테크에서 열린 '나는 행복합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현빈은 "처음 부산영화제를 왔는데 마지막을 장식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동안 제작 일체에 대해 알려져오지 않았던 '나는 행복합니다'는 영화제를 통해 첫 베일을 벗고, 가슴 아픈 속내를 드러냈다. 고단한 생활의 무게에 찌들어 정신을 놓아버린 남자 '만수' 역을 연기한 현빈과 아버지의 오랜 투생생활로 인해 지쳐버린 정신병원 간호사 '수경'을 연기한 이보영이 그동안과는 다른 낯선 얼굴을 보여준다.
순박한 청년에서 미쳐버린 정신병사가 된 '만수' 역의 현빈은 폭발할 듯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분노와 광기, 천진난만함을 오가며 연기에 대한 갈증과 욕심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이보영 역시 그동안 보여준 청순하고 발랄한 이미지와는 달리 쓸쓸하고 우울한 여자의 모습을 가감없이 연기, 새로운 변신을 시도했다.
정신병동을 소재로 한 원작의 설정에서 조금은 달라졌지만 정신병동을 중심으로 상처받은 인물들의 삶을 투영하는 이번 작품에서는 초점 잃은 눈빛과 더벅머리를 한 정신병자로 파격적인 연기를 선보인 현빈은 "정신병에 관련된 영화나 책을 많이 접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날에는 정신병원을 찾아가 환자분들을 만났고 그분들을 통해서 느꼈던 부분을 연기를 통해 시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갑자기 캐릭터를 바꾸고 싶어서 이 영화를 택한 것은 아니다. 시나리오가 너무 좋아서 한번쯤은 시도를 해보고 싶었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며 "관객들에게 좋지 않은 평가를 받아도 아직은 젊기 때문에 괜찮다."고 설명했다. 힘들게 작업을 했다는 현빈은 "촬영 들어가서 끝나는 순간까지 평생 못 잊을 것 같다.
지방 촬영을 하는 동안 제목처럼 '나는 행복할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 답은 아직 못찾았지만 이 작품을 통해서 이런 고민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아일랜드' '내 이름은 김삼순'과 영화 '돌려차기' '키다리 아저씨' '백만장자의 첫사랑' 등을 통해 연기력을 넓혀나가고 있는 현빈은 이번 작품을 통해 안정감 있는 노련함을 선보였다. 또 고통스러운 두 남녀의 삶을 통해 당신이 진정 행복한가를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