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송현이 활동을 중단한다고 합니다. 음..그런데 활동중단이란 말이 거슬립니다. 언제 활동을 했었나 싶으니까요. 활동중단이란 게 알려진 바로는 연기연습 때문이라는데, 아무래도 이제 막 연기를 할려면 바닥부터 탄탄하게 다지고 하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이 섰나 봅니다. 재능이 있으면서도 다 쓰지 못하고 스러져 가는 연예인이 된 아나운서를 많이 보아왔기 때문에 한편으로 염려도 되네요.

최송현의 소속사는 김래원이 속해 있는 블레르엔터테인먼트라는데요. 최송현은 현재 일주일에 3일 정도 개인 지도를 받고 있으며, 최송현 자신도 연기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고 열심히 하고 있답니다, 본격적인 연기활동을 재개하기 전까지는 모든 연예활동도 일절 중단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소속사 관계자는 "당분간 모든 연예활동을 자제하는 것은 신비주의 전략이 아니다. 과거 아나운서의 모습을 대중이 잊어주길 바랄 뿐이다. 연기자 최송현으로 다가오기 위한 준비 기간으로 여겨달라"고 했다는데, 기대는 해봅니다

그럼 여기서 최송현을 계기로 아나운서의 현주소를 들여다 보겠습니다. 방송사 아나운서들에게 메인뉴스를 진행하는 것이 가장 큰 꿈이자 명예인 시절이 있었습니다. 조리있는 언변, 자신감 있는 말투와 표정, 지성과 미모를 겸비한 재원. 아나운서가 일반 사람들 사이에서도 선망의 대상이 된 것은 분명 그러한 모습이었습니다. 백지연 아나운서와 김주하 아나운서 등이 큰 인기를 얻은 것도 다른 많은 요소들이 작용했겠지만 뉴스를 진행하던 그들의 '멋진' 스타일이 한 몫을 한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시대가 달라지고 또 복잡해졌습니다. 뉴스 앵커보다 예능프로그램 '안방마님'이 훨씬 잘 나가지요. 그러면서 뉴스 앵커와 프로그램 사회, 라디오 DJ 등 '전통적인 전달자와 진행자'로서 승부를 걸 것인지, 아니면 예능프로그램으로 진출해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로 인기를 얻던지 둘 중 하나로 양분되는 것 같습니다. 하긴 요즘은 이 두가지 분류도 정확한 표현이 아닐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나운서들도 이제는 누가 억지로 시켜서 망가지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세대가 바뀌었고 지금의 젊은 아나운서들은 과거의 그런 '엄숙한' 아나운서들이 아니라고 생각하니까요. 최송현 아나운서가 KBS '상플러스'에서 '텔미춤'을 출 때도 그랬습니다. 살짝 맛보기로 보여주고 그만 둘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선 인간적인 면모와 친근감이 느껴지기도 했지만 어쩌면 짜여진 각본을 엄수해야 하는 의무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작위적인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 끼가 아나운서의 최송현을 연예인 최송현으로 탈바꿈 시켰는지도 모르지요. 열광적으로 화답해주는 곳이 있으니 아나운서들의 '활약'은 계속될 것이고 또한 그런 아나운서들이 연예인으로 끊임없이 변신하겠지요. "최송현 아나운서의 텔미춤 멋지다" 류의 연예기사가 거의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그녀에 대한 호감도가 급상승했다는 반응이 기획사의 입맛을 다시게 하고 그들에 대한 또한 꼬임도 그만큼 심해졌겠지요.

또한 일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아나운서들도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웃음을 주는 일이 다반사니까. 주말에 예능프로그램에서 턱걸이하고 구르며 망가지던 아나운서가 다음날 아침과 낮 방송에서 '멀쩡히' 뉴스를 진행하는 모습을 보며 체신머리가 없다거나, 뉴스 전달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거나 하는 말은 고리타분한 잔소리일 뿐입니다. 아나운서의 활동 영역이 분화를 겪으며 폭넓게 확대되는 것 자체가 문제일 수는 없습니다.

방송의 형식과 내용이 세분화되면서 아나운서의 역할과 직분이 다양해지는 것은 이미 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니까요. 그런데 지금의 우리 방송 환경에서 예능프로그램에 뛰어들고 있는 아나운서들은 너무 위태로워 보입니다. 방송사에 입사할 때 아나운서를 지원 분야로 해서 뽑혔다지만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하는 그들은 아나운서의 탈을 쓴 연예인이나 만능엔터테이너의 역할을 요구받고 있습니다.

방송사에서 아주 작정하고 골라 '스타'로 키우겠다는 전략을 표방한 탓이겠지만 예능프로그램보다 뉴스나 일반 프로그램 진행이 더 잘 맞을 수도 있는 아나운서를 도리어 소모품으로 전락시킨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지요. 아나운서에게도 각자의 능력과 관심 분야가 있을텐데 그런 부분은 간과된 채 약간의 지명도와 호감있는 외모, 미스코리아 출신 등의 외형적 요소만으로 '예비스타' 아나운서로 치켜세워진다면 그건 시청자를 너무 쉽게 보는 일입니다.

방송사는 스타 아나운서를 만들지만 그들은 방송사에 머물러 있지는 않지요. 요즘 가뜩이나 개그맨 출신의 소수 인기 MC 군단이 프로그램 진행을 모두 휩쓸고, 본업이 가수인지 연기자인지 모를 연예인들의 겹치기 출연도 짜증날 때가 있는데, 이제 지명도가 생긴다 싶은 아나운서들까지 연예인으로 총출동하는 것은 정말 너무하지 않은가요. 보는 이들도 이젠 많이 지겹습니다. 아나운서의 장점과 개성을 충분히 살려 연예인으로의 성공도 좋지만 기획사에 의한 아나운서의 억지스러운 스타 만들기는 보기가 더 불편합니다.


               
          
▲다음사이트에 글이 게시 되었다. 기념으로 한컷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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